12월30일  [독재인명사전]

김근태의 상처 받은 몸과 영혼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지문이다. 시대를 대신하여 고통을 짊어진 대속자 김근태는 민주화 과정의 모든 걸 온몸에 문신으로 새겨두고 있었다. 오늘 우리는 시대와 양심과 사회적 지문을 잃었다. 이제 우리는 지문 없는 족속이 되었다.

김근태는 민주화운동의 과거이자 현재이고 미래다. 민주·인권·양심의 역사에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따로 있을 수 없기에 김근태는 늘 ‘지금,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민주화란 민주주의 가치를 언제든 현재화하는 진리투쟁이자 정치, 생활투쟁이다.

오늘은 가장 자랑스러운 벗 김근태를 잃었고, 미래는 순결한 아버지를 잃었다. 어제는 불굴의 투사를 잃었다. 노무현 김대중 이돈명 리영희 이소선 김근태로 이어지는 이것은 자연사가 아니다. 그저 자연사에 지나지 않을 때 민주주의 또한 타살될 것이다.

[독재인명사전] 민주화운동 박해자 중 여지껏 누구도 죄를 스스로 고발한 자가 없다. 이따금 일제 군인조차 죄를 털어놓을 때면 이 땅에 사는 게 욕스러웠다. 이들에 대한 징벌 없이 도달한 내일이 바로 MB체제다. 독재인명사전을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인륜적 행위를 한 자들에 대해 영구적 추적과 징계, 그리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는 ‘자유민주주의’ 운운하는 걸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바로 그들이 김근태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자들이다.

김근태의 죽음은 독재인명사전을 지체 없이 만들어야 한다는 마지막 당부다. ‘고문은 예술’이라는 이근안의 말은 악의 부활을 선언한 주술적 언설이다. 이근안을 고용한 박정희 전두환 망령에 영혼을 팔 것인가, 김근태의 벗이 될 것인가.

한국이 세계에, 그리고 후대에 두고두고 자랑삼을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자산이 민주화운동이다. 이는 항일독립운동과 괘를 같이하는 거룩한 역사다. 김근태는 그 민주화운동의 인격적 표상이다. 그의 손을 놓치면 민주주의를 놓칠까 봐 꺼이꺼이 웁니다.

김근태는/우리가/숨 쉬는 공기에 섞여 있고/불심검문 없이 길을 갈 수 있는/보도블럭에 박혀 있고/순사가/함부로 시민 뺨을 때릴 수 없는/손바닥에 새겨져 있다/그는/언제든 현재에 살아있는 인간 헌장이다/그를 위해/조가를 부를 수 없는 이유다

작가 : 서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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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