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재단'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08.08.04 <56> 봉천동에서 일어난 일
  2. 2008.08.04 <54> 신나는 그룹 홈
  3. 2008.08.04 <52> 합의와 통합의 길
  4. 2008.08.04 <51> 국민연금특위에 대한 기대
  5. 2008.08.04 <50> 복지부의 인사혁명

어제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TV 봤느냐?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전화선 너머에서 다짜고짜 따지는 억양으로 미뤄 ‘아이쿠, 또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싶었습니다. 부랴부랴 사실 확인을 했습니다. 봉천동에서 어렵게 사는 할아버지․할머니들 가운데 본인도 모르게 당원에 가입하고, 통장에서 당비가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였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이 하얘졌습니다.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당원이 된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의사표현 방식입니다. 누군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당에 입당을 시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일입니다.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범죄행위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 만든 당입니다. 과거 민주당에서 분당을 한 첫 번째이자 마지막 이유 역시 ‘정치개혁’이었습니다. 민주당의 당권을 잡고 있는 분들이 ‘정치개혁’에 동의하지 않으니 분당을 해서라도 정치개혁을 이루자고 주장해서 분당을 한 것입니다. 그렇게 만든 우리당에서 ‘허위당원’이라니요?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까맣게 몰랐던 일도 아닙니다. 열린우리당은 물론이고 ‘기간당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많은 당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당비를 내고 당원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주자’는 것이 기간당원제의 취지입니다. 과거 종이당원이 당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상황에서는 당원의 의사를 물을 필요도 없이 당을 장악하고 있는 분들이 당직과 공직후보를 정했는데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만든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취지를 악용해서 공직 후보가 되고자 하는 분들이 허위로 당원을 만들거나, 당비를 대납한다는 경고는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이미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한 예도 많습니다.

변화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그런 사례가 너무 많고 노골적입니다. 이대로 가면 ‘정치개혁’ ‘정당개혁’ 자체가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여기서 한발만 물러서도 ‘깨끗한 정치’는 공염불이 되고 맙니다. 가장 두려운 사태는 ‘거 봐라, 안된다고 했지?’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일입니다. ‘깨끗한 정치는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상일 뿐이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져서는 안 됩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시도당에서 확인을 하고 단속도 하지만 종이호랑이처럼 무기력하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위법․탈법을 하는 바람에 안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다시 결단하고 전진해야 합니다. ‘정치개혁’은 그냥 한번 해보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로 전진하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포기할 수 없는 국민의 염원이고, 열린우리당이 존재하는 근거입니다.

이미 드러난 사안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엄정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옳습니다. ‘고름은 살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 상처가 낫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더 큰 문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빙산의 아랫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결자해지’해야 합니다. ‘정당개혁’ ‘정치개혁’을 가장 소리 높여 주장한 열린우리당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 것이 순리입니다.

먼저 당비대납이나 허위당원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당 차원의 당무감사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처벌 수위도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정 시점을 정해 모든 당원의 자격을 정지하고, 불편하더라도 전 당원에 대해 직접 당원가입 의사를 다시 분명히 확인해야 합니다. 당비대납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방안이 확인되면 좀 무리가 따르더라도 추진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로운 출발선을 만들어야 합니다. 늦어도 지방자치 단체장․의원 선거 후보를 정하기 전에 그렇게 해서 적어도 열린우리당의 공직후보는 ‘돈에 오염되지 않은 후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문제만은 분명히 하겠습니다.

이렇게 새로 출발선을 만들었는데도 허위당원을 만들거나 당비 대납을 한 사람이 적발되면 당원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형사 처벌을 의뢰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걱정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과거의 위법․탈법을 눈감아 주자는 얘기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면이 있습니다.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위법 사실을 밝혀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검찰이 맡아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허위․대납당원을 찾아내고 바로잡아서 이런 행위를 한 사람이 부당한 이득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에게 지금까지의 잘못을 사죄하고 솔직히 털어놓은 다음에 새 출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단추를 잘못 채우면 모든 단추가 잘못 채워집니다. 당이 처음부터 이런 문제에 대해 분명한 원칙을 갖고 대응했어야 했는데, 한번 두번 원칙을 훼손하면서 어느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문제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처음부터 허위대납 사례를 적발해서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옳았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당을 바로 세우고 싶습니다. 한번 정한 원칙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당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마음이 바빠지는 월요일 밤입니다.

2006.1.10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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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
여러분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모처럼 가족이나 연인과 오붓한 시간 보내셨는지요? 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건복지부 직원들과 함께 마포에 있는 ‘신나는 그룹 홈’을 다녀왔습니다.

‘신나는 그룹 홈’은 학대받는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이브 더 칠드런’이라는 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인데요, 하는 일에 비해 이름이 좀 특별하지요? 학대받는 아동들을 보호하는 곳이라는 느낌보다는 ‘아이들의 놀이터’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그곳은 흔히 생각하는 아동보호시설과 좀 다릅니다. 아이들이 ‘수용됐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고 가정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나하나 세심하게 배려한 곳이었습니다.

‘신나는 그룹 홈’에서 가정을 이뤄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7명. 하나같이 표정이 밝고 맑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돌아오면서 ‘지금까지 경험한 크리스마스 이브 가운데 단연 최고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 뿌듯했습니다.

복지부에서 일하면서 많은 시설을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좀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우리 사회복지 수준이 이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당장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시설을 짓고, 대규모로 수용하던 단계를 벗어나 ‘사회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인권과 감성을 고려하는 수준으로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룹 홈 운동’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먹을거리와 입을거리 뿐만 아니라 ‘가정의 따뜻함’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아직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은데요, 정말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이런 ‘시각’을 적극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지난 번, 복지부 조직개편을 하면서 ‘아동권리팀’을 신설한 것도 그런 의미였는데요,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한 일보다 해야 할 일이 훨씬 많은 상황입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학대받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그런 아이들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 아이들을 발견하고 ‘희망의 전화 129’를 통해 신고하면 24시간 핫-라인을 갖추고 있는 센터 직원들이 달려 나가 아이들을 쉼터로 인도합니다. ‘신나는 그룹 홈’도 그런 ‘쉼터’ 가운데 한곳입니다.

전국 14곳에서 이런 ‘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 긴급하게 보호하고 있는 아동이 109명 정도 됩니다. 물론 ‘예방센터’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방치된 아이들이 훨씬 많습니다.

제가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를 마치고 뿌듯했던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사실, 이번 행사는 제가 제안한 것이 아니고 직원들이 제안한 행사였는데요. 이날 행사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890만원이었습니다. 마침 지난 해 보건복지부가 ‘국가청렴위원회’로부터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200만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이 상금을 어디다 쓸지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거기다가 올해 새로 시행한 ‘관행적 부조리 근절을 위한 복지부 직원 행동강령’에 따라 직원들이 자진 신고한 금품이 250만원 정도 모였습니다. 이렇게 모인 450만원에 저와 직원들이 성의를 보태 모두 890만원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전국 14개 ‘쉼터’에 있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겨울 점퍼를 하나씩 선물할 수 있겠다는 제안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원들의 생각이 고맙고, 지난 일 년이 새삼 뿌듯하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복지부 직원들에게 처음 ‘사소하고 관행적인 부조리를 없애기 위한 캠페인을 하자’고 제안할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처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공직사회에는 부조리가 만연해 있다’는 국민들의 인식을 씻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집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정책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인데 그걸 위해 ‘클린 캠페인’을 해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야속하고 서운한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스스로 부조리한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느낌이 들어 불편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저는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한 수준은 아니지만 아주 사소하고 관행적인 일이라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일 년이라는 짧은 기간을 생각해보면 작지 않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연말을 맞아 덤으로 멋진 ‘싼타클로스’ 역할까지 하게 됐으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입니까?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 개혁이라고 합니다. 제도나 시스템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고정관념을 바꾸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정말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복지부 직원들의 생각이 더디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느리지만 하나씩 복지부의 정책이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입니다.

2005.12.27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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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

얼마 전에 결재를 하면서 화를 낸 적이 있습니다. 사실, 어지간한 일에는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입니다. 좀 모자라는 점이 있어도 믿고 맡기거나 격려하는 편이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날은 좀 화가 났습니다.

위원회 때문이었습니다. 정부 일을 하다보면 위원회를 많이 만들게 됩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의 완결성을 높이는데 위원회가 효과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위원회를 구성할 때 제가 좀 까다롭게 굽니다. 잔소리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형식적으로 구성해서는 안 된다,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을 반반으로 구성해야 한다, 듣기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이 있다고 배제해서는 안 된다 등등.

그런데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런 위원회가 불편하게 마련입니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위원을 구성해 신속하게 정책을 결정하고 일을 진전시키고 싶은 유혹을 받기 쉽습니다.

그날, 결재를 하면서 화를 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복지부 일을 한 지난 1년 반 동안 ‘실질적인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수도 없이 강조했는데 또 옛날 방식대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결재해 달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한 정책은 반드시 뒤탈이 납니다. 당장은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꼭 사고가 터집니다. 정책 결정과정에서 소외된 분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사회적인 논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쉽게 일하려다가 시간도 더 걸리고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에 찬반이 팽팽한 위원회를 구성하면 당장은 삐걱거리고 힘겨워 보일지 모르지만 일단 정책이 결정되고 나면 훨씬 쉽게 일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팽팽한 토론 과정에서 모난 부분은 깎이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지게 마련입니다. 정책에 대한 집행력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집니다. 보건복지부의 특성상 위원회 구성만 잘 해도 일을 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흔히 보건복지부를 ‘지뢰밭’이라고 합니다. 언제 어디서 대형사고가 터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 복지부 일을 시작하면서 주위에서 그런 걱정을 많이 들었습니다. 잘해야 경상이고, 잘못해서 지뢰를 밟으면 중상을 면하기 어렵다는 농담도 많이 들었습니다.

복지부에 널려 있는 지뢰 가운데 가장 큰 지뢰는 역시 이해집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쟁입니다. 복지부에는 서로 이해를 달리하는 수많은 산하 단체들이 있습니다. 이런 단체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면 타협의 여지가 없는 극단적인 충돌로 비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분쟁이나 한약분쟁이 대표적입니다. 약대 6년제 문제를 놓고도 치열한 줄다리기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보건복지부 일을 하는 동안에 큰 분쟁은 없었습니다. 조마조마한 순간은 있었지만 서로 이해하고 한발씩 양보해 큰 충돌은 피했습니다. 정말 고맙고 다행스런 일입니다.

대신, 새로운 기풍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건강보험 수가 및 보험료 인상폭을 둘러싸고 해마다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습니다. 공급자인 보건의료계는 수가인상을 주장하고, 시민단체를 비롯한 가입자 대표들은 보험료 인상 반대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서로 평행선처럼 같은 주장만 반복하다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국민의 최저생활기준을 정하는 ‘중앙생활보장심의위원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서 정하는 기준이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고, 기초생활수급권자를 정하는 기준도 되기 때문에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이 팽팽히 맞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합의’에 의해 기준이 정해진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복지부 일을 시작하고 나서 2년 연속으로 네 차례에 걸쳐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처음에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지만 지루한 토론과정과 치열한 의견충돌을 거쳐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고 박수를 주고받으며 협상을 마쳤습니다.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정부와 보건의료계의 각 단체들이 모여 보건의료계 투명사회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우리 국민들은 보건의료계를 아직도 리베이트와 뒷거래가 많이 남아있는 분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민의 불신을 털어내기 위해 보건의료계의 각 단체 대표들이 모여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고 결의한 것입니다.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거북한 부분은 좀 가려놓고, 속 시원하게 본질적인 부분까지 손대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합의하면서 점차 투명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명함’을 흔들리지 않는 큰 방향으로 세우고 우선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진전시켜 나가면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투명성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일수록 이런 합의를 이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협상에 임하는 대표들의 입장에서는 ‘협상결렬’을 선언하는 것은 가장 쉽고 안전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렬’을 선언한 대표는 자기가 속한 단체에 돌아가 ‘선명성’을 주장하고 박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어렵더라도 양보해 합의를 이루면 ‘배신자’ ‘변절자’라는 비난을 받고 곤경에 처하기 십상입니다. 그런 어려움을 각오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결단’해준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사회에는 ‘합의’를 이뤄야 할 일이 수없이 많습니다. 삐걱거리고 있는 노사정위원회를 정상화 시키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정작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은 어렵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인내를 갖고 추진하면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번거롭고 둔해 보이지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이런 합의의 기풍이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이 길밖에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합의’는 ‘통합’과 ‘발전’으로 향하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2005.12.13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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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

국회에 국민연금 특별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아직 속도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기대가 큽니다.
일단 본격적인 논의의 장이 만들어 졌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물론 곧 속도도 낼 것이고, 강력한 동력도 만들어져야 하겠지요. 국회의원들과 각 정당 지도부의 고충은 이해가 됩니다.
민심의 바다를 항해할 수밖에 없는 의원과 지도부 입장에서 국민을 향해 ‘더 내고, 덜 받자’고 요청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미래에 닥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고 요청하는 것은 현실 정치 세력으로서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곤혹스런 처지를 이해합니다. 정치는 숙명적으로 현실의 어려움 앞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이 얼음처럼 냉정하다면, 미래는 안개처럼 막연합니다. 미래에 닥칠 ‘재앙’이 아무리 엄청난다 하더라도, 국민이 겪고 있는 현실의 고달픔과 팍팍함을 고려해야 하는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당장에 닥친 현실을 먼저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연금개혁’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안전한 내일’을 위해 연금개혁이 필수적이라는데 대해 국제사회가 예외 없이 동의하면서도 막상 개혁을 성공시킨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 과정에서 정권이 흔들린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우리 국회는 ‘국민적 토론’이라는 정공법을 받아 들였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린 대한민국 국회에 박수를 보냅니다. 차일피일 외면하거나 회피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인데 여야 지도부는 국민연금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토론을 시작하기로 결단했습니다.

처음 보건복지부 일을 시작할 때가 생각납니다. 일을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이 ‘과연 김근태가 국민연금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지켜보자’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더 내고 덜 받자’는 기존의 정부 입장과 달리 국민의 입장에서 속 시원한 해답을 내길 기대하는 분들, 뭔진 모르지만 ‘뾰족한 해법’을 던질 거라고 기대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고민스러웠습니다. ‘정부안’을 만든 분들과 함께 다른 대안은 없는지 토론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국가재정을 대거 투입하는 방법이 있지만, 결국 그만큼 국민의 세금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묘안’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하지 않으면 재앙적 미래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분명했습니다. 이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댓가는 컸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생각을 하고 저를 지지해주던 상당히 많은 분들이 ‘실망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가깝게 지내던 분들은 ‘그렇게 하면 정치인 김근태의 미래는 포기해야 한다’는 말로 겁을 주기도 했습니다. “국민연금제도는 과거 군사정권이 국민을 속이고 ‘막대한 자금’을 손쉽게 끌어다 쓰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왜 그 책임을 다 짊어지려고 하느냐 또 그게 도대체 가능한 일이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흘러간 냇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습니다. ‘미래의 재앙’이라는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는데 과거 군사정권 탓만 하는 건 무의미한 일입니다. 시한폭탄의 시계바늘을 최대한 뒤로 되돌리거나 시한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국민의 입장에 서서 국민연금 기금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지켜내고,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가장 냉정한 오늘의 ‘현실’입니다.

연금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의 말씀도 들었습니다. 첫단추부터 잘못 채운 연금제도 때문에 심각한 불신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그런 불신이 가슴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그렇다고 무책임한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사회가 최소한의 안전판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초고령사회’라는 핵폭탄을 맞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예상치 못한 일도 있었습니다.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기금을 동원해 대규모 투자사업을 하겠다’는 경제부처의 언급이 있었습니다. 또 적대적 M&A를 국민연금기금을 동원해 막겠다고 하는 경제부처 장관의 주장도 있었습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그리고 경영권 보장을 위해 경제부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는 할 수 있는 얘기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사정이 크게 달라진 것을 외면하는 발언이었습니다.
국민의 눈에는 결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을 갖다 쓰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 되어 안 된다, 더 큰 후유증이 남는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지켜야하는 보건복지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편하게 돈을 끌어다 쓰기 위해 연금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내부 토론 및 합의 없이 국민설득과정 없이 마치 각본대로 기금 동원이 경제부처의 생각대로 결정되는 것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제가 단호하게 나섰습니다. 경제부처에 대한 정책적 문제 제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적 문제제기가 정치적인 해석이 보태지면서 한바탕 혼선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유감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문제는 국회를 설득하는 일이었습니다. 여당조차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방향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메아리 없이 외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복잡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각 정당의 지도부들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동의를 해주었습니다. 맨 몸으로 각 당을 방문해 지도부를 만나고 요청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그리고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서로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이대로는 못 간다.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 보다 나은 안을 만들자’고 뜻을 모아 주었습니다.

복잡한 몇 구비의 고비를 넘어 마침내 연금제도에 대한 토론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스런 일입니다.

연금제도에 대한 범국민적인 토론은 단순히 좋은 제도를 만드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국민적 토론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라는 기본 인프라를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훨씬 중요합니다.

국제사회의 예를 보더라도 연금제도 개혁방안에 대한 국민적 토론을 제대로 진행하고 합의를 이룬 나라는 예외 없이 사회통합을 이루고 더 큰 경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반면, 당장의 어려움과 혼란을 이겨내지 못하고 논쟁과 토론을 회피한 나라일수록 국민통합에 실패한 경우가 많습니다.

국회 특별위원회의 역할을 기대하고 마음 졸이고 있습니다.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사인 만큼 국회에서 충실한 논쟁이 벌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결론을 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국회 국민연금 특별위원회가 국민통합을 위한 소중한 첫걸음을 뗐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정말 바랍니다.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2005.12.6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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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
얼마 전, 복지부 팀장 이상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팀제’로 조직을 바꾸는 과정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한 간부들을 위로하기 위해 제가 ‘저녁 한 끼 사겠다.’며 마련한 자리입니다.

간부들을 한꺼번에 만나니 가슴 깊은 곳에 묵직한 느낌이 차올랐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의 얼굴이 각별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려운 일도 많고, 갈등도 많았는데…. 장관인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 꼬~옥 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올해 복지부 직원들 마음고생 많이 했습니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는 열심히 일하고, 반듯하게 생각하는 공무원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마음 든든했습니다. 어지간한 일은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고 격려하는 방향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나 새해를 맞으며 마음을 싹 바꿨습니다. 사명감과 책임감은 기본이다,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고 몰아붙였습니다. ‘무능한 공직자는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며 모진 말도 했습니다. 새해 처음으로 국장급 간부들을 임명하면서 따뜻한 격려와 축하 대신 “이번 인사는 임시로 하는 것이다. 6개월 후에 업무성적을 재평가해 다시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했습니다.

직원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전 직원이 모인 조회에서 “앞으로 복지부는 정책기획부서로 간다. 정책을 기획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복지부에 있을 수 없다. 집행업무를 담당할 다른 조직으로 가는 것이 옳다. 자원하면 내가 책임지고 보내주겠다.”고 윽박질렀습니다.

말만 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 지난 일 년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행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인사를 했습니다. 보여주기 위해 한번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렇게 하니까 나중에는 파격도 파격이 아닌 것이 되더군요.

당연히 승진한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심지어 승진심사위원회를 통과한 직원을 직권으로 승진 보류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좌천 인사도 했고, 급기야 정무직에 해당하는 최고위층 간부진들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는 극약처방도 감행했습니다. 근무경력과 고시 출신인지 여부에 따라 승진을 안배하던 관행도 바꿔버렸습니다. 철저한 평가를 거쳐 ‘능력 있는 사람’ 위주로 승진 시켰습니다. 적당히 눌러앉아 있는 사람은 분명하게 가려냈습니다. 억지로 내보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자동으로 승진하는 일은 없게 했습니다.

그렇게 일 년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그동안 승진의 기준이던 행정고시와 공무원 채용시험 기수는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4~5년 일찍 들어온 사람이 늦게 들어온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게 이미 ‘뉴스’가 아닐 정도가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고마운 분들이 ‘일반직’ 직원들입니다. 사실, 이분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잔일치레를 묵묵히 해온 분들인데 어느 날 갑자기 ‘무능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됐으니 얼마나 기가 막혔겠습니까? 행정고시에 합격해 젊은 나이에 사무관으로 온 사람들은 ‘능력 있는 사람’으로 대접받고, 반평생 잔 일, 굳은 일 가리지 않고 일해 온 사람은 ‘정책기획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됐으니….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가로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득했습니다. 과거에는 복지부가 집행업무를 많이 했기 때문에 ‘기획능력’이 없어도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집행업무가 대부분 지방으로 이양된 지금은 ‘기획능력’ 없이는 복지부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물론, 가슴엔 상처가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흉터를 안은 채로 함께 해주었습니다. 특히 6급 이하 직원들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공무원직장협의회’의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장관의 방침이 칼날이 되어 날아올 것을 잘 알면서도 국민을 위해, 복지정책의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받아주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지난 일 년, 복지부는 유례없는 ‘인사혁명’을 치러냈습니다. 능력위주의 인사는 물론이고요, 팀장이 직접 팀원을 선발하고 팀원이 스스로 팀을 선택하는 ‘매칭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 정착 시켜내기도 했습니다. 과학적인 평가체계 구축을 위한 성과관리제도(BSC 시스템) 도입, 전 직원에 대한 육성체계 등 일정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복지부가 이번에 시행한 ‘매칭 시스템’은 ‘신인사제도’의 열풍이 몰아치고 있는 민간기업에서도 성공한 예가 많지 않은 일입니다.

요즘 제가 하는 일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일입니다. 중앙인사위원회를 찾아가 사무관, 과장, 국장을 만나 부탁하고, 민간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뛰어다녔습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성과가 있었습니다. 14명의 사무관이 복지부에 새로 배치를 받았고, 민간의 능력 있는 분들 다수가 복지부에서 함께 일하겠다고 결심해줬습니다. 7급 공채에서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현업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복지부의 인재풀이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조직 전체에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입니다. 맡은 정책분야에 대해 국내 최고의 권위자가 된다는 각오로 학습해야 합니다. 업무를 통해 학습하고, 근무시간에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팀장이 팀원 육성을 책임져야 합니다. 아직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지난 일 년 동안 진행한 하드웨어 혁신보다 몇 배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지부 ‘인사혁명’은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5년만 꾸준히 계속하면 기대하는 수준으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더라도 이 일은 계속돼야 합니다. 복지부 직원 개개인의 능력이 곧 복지부의 능력이고, 복지부의 능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공직사회의 눈높이와 국민의 눈높이는 아직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믿음을 갖고 지켜봐 주십시오.

저는 우리 공직자들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믿습니다. 그리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모자라는 점이 있더라도 애정을 갖고 도와주고 격려해 주십시오. 훌륭한 공직자를 많이 키워내야 ‘능력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능력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좋은 나라가 되고,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가 됩니다.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2005.11.29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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