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근태 의장이 지난 1988년 6월 김천교도소 옥문을 나와 부인 인재근씨를 끌어안고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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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김근태는 실명으로 등장하지만 주변 인물이나 사건은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소설로 재구성됐다. 

잘 알려지지 않은 김근태의 개구쟁이 유년 시절, 학생 운동·정치 활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학창 시절의 모습, 대학생이 된 뒤 역사관이 바뀌게 된 계기 등에 관해 새롭게 눈뜨고, 민청련 의장으로 5·18의 실상을 알리다가 대공분실로 끌려가 잔인한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선 눈을 질끈 감게 된다. 

40여 명에 이르는 주변 인물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 고인에 대한 회고를 들었다는 작가는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누구의 피와 땀과 눈물로, 누구의 희생으로 여기까지 왔는가"하는 물음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며 던졌다. 무엇보다도 "등장인물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담당 파트너나 가해자 측 입장까지도 생각했던 것은 순전히 김 의장의 성정 때문이었다. 

김 의장이 22일 간 겪었던 잔혹한 남영동 고문을 다룬 영화'남영동 1985'를 찍은 정지영 감독은 '자꾸 웃음이 났다. 순정을 다한 한 남자의 생을 읽으면서, 한 시대의 증언을 목도하면서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하면서 눈물도 났다. 스러져간 많은 별들을 떠올리며 아팠던 가슴에 오랜만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고 적었다. 부인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생전 소탈하고 다정하면서도 고집스럽던 그 모습으로 김근태가 내 앞에 뚜벅뚜벅 걸어 왔다.'고 썼다.

'나는 입을 달싹거려 한 사람씩 불렀다. 내가 지켜 낸 이름과 지켜 내지 못한 이름, 나를 모욕하고 유린했던 이름, 끝없이 그리운 이름, 이름들.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려는 안간힘으로, 그들이 불러준 내 이름을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그해 겨울 나는 죽지 않았다.'로 끝을 맺는 책은 인간이 과연 진실을, 타인을, 그리고 신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까지 던진다. "2012년을 점령하라!"라고 한 김근태의 유지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고, 잔혹한 일을 저지른 실세들은 가슴 펴고 당당히 다니고 있다. 현 세대가 김 의장에게 진 마음의 빚은 두고두고 갚아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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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