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오만함에 맞서고 양극화에 분노하라"
살아남은 이들에게 남긴 과제 '경제민주화'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30일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추구했던 가치는 여전히 살아 있어, 남은 이들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른바 '김근태 정신'이다. 

그의 민주화운동 선후배들이 전한 '김근태 정신' 또는 '김근태가 남긴 과제'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한반도 평화, 그리고 경제민주화이다. 

이중 경제민주화는, 김 고문이 큰 관심을 갖고 최근까지 실천했던 분야이다. 그는 1970~80년대 산업화 물결-치열한 민주화투쟁으로 대한민국이 가난을 벗어났고 정치민주화도 어느정도 자리 잡았지만, 이 그늘에서 사회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또 대자본이 국민과헌법위에 군림하려는 것에 대해 분노했다. 

설 훈 전 의원은 "김근태 고문은 다 함께 이룩한 민주주의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체제를 만들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실제 김 고문은 최근 몇 년간 투병 와중에도, 경제적 약자의 고통에 분노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왔다. 지난 2009년 철거민들이 불에 타죽은 '용산참사'가 일어났을 때다. 그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겪은 고문후유증으로 인해 손을 떨면서도 마이크를 잡았고 위령제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슬퍼해주십시오. 그래야 서민이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당시 그를 지켜본 한 시민은 "대부분의 정치인이 자리를 떠났지만 김근태 고문은 자리를 지켰다. 

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빨개져 수시로 손수건을 코에 문지르면서도 끝까지 위령제를 함께 했다"며 "그의 떨리는 목소리에, '뉴타운 광풍에 집값 계산하면서 나부터 잘살면 된다'던 우리가, 모두가 반성하며 울었다"고 말했다. 

2010년에도 김 고문의 활동은 계속됐다. 그는 6·2 지방선거 현장에 지원 유세를 나가 '무상급식'을 외쳤다. 2011년에는 자본의 오만함과 이를 방관하는 정치권에 경종을 울려 선후배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정치권과 재계 인사들의 공방이 제기됐을 때 김 상임고문은 성명서를 내고 대기업 삼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대기업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을 하는 것을 '교만함'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해 6월,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진보개혁모임' 토론회에 나와 "절박한 민생문제와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는 반민족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절규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를 언급하면서, 80년대 대학생이었던 486정치인들의 반성과 해결방안 모색을 촉구했다. 

김 고문은 또 최근까지 민주진보진영 인사들과 '한미FTA 연구'를 계속했으며,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박원순 야권단일 서울시장 후보 유세현장에 나와 '새로운 서울, 무상 복지정책'을 응원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김 고문을 먼저 보낸 이들은, 그의 꿈이 과거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최상명 '한반도재단' 사무총장은 "모든 국민이 주거 의료 교육 보육 걱정 없이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게 김 고문의 꿈이자 희망이었다"며 "이제 남은 사람들이 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용식 전 사무총장도 "김 고문은 정치권이 시장만능주의와 양극화를 외면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강하게 경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후배들이 이런 정신을 받들어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삶을 기리기 위한 추모미사 및 문화제가 2일 오후 5시부터 서울의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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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