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희”탓입니다.

--- 7.28 선거결과를 보고 국민들께 드리는 글



민주당은 참패했습니다.

높은 투표율 속에서도 참패했기에 그 어떤 변명도 불가능합니다.

오직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솔직히 쓰라립니다.

무엇보다 4대강의 유령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해석할 것 같아 당혹스럽습니다.

하지만 국민들께서 타당한 이유로 저희 민주당을 벌한 것을 받아들입니다.

바로 민주당의 기득권 안주와 오만입니다.

2012년 총선에서가 아니라 이번에 벌한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선

“지금의 민주당과 야권구도로는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아낼 수 없다.”

“쇄신 정도가 아니라 대변혁을 이뤄라.”

한마디로 진정한 시대정신과 새로운 정치구도를 찾아내라고 재촉하시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민주당에 전당대회가 있습니다.

전당대회가 지금까지의 흐름처럼 가서는 안 됩니다.

전당대회가 결국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휘두르고, 그것을 기반으로 대권가도에 기득권을 쌓으려는 유력인사들 간의 경쟁과 이합집산으로 흘러간다면 국민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곳엔 탐욕만 있을 뿐 희망과 미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일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새로운 정치구도, “범야권단일정당” 건설을 위한 대토론과 대합의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역사를 꿈꾸는 모든 분들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4대강의 통곡, 민주주의의 통곡을 그냥 지나가게 하지 않겠습니다. 맹세합니다.

고맙습니다.


2010년 7월 29일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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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

비전한반도포럼과 5ㆍ18연구소가 주최하고 김대중 평화센터가 후원하는 '행동하는 양심-김대중 사상 대강좌'에서 배포된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강연문입니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11월 3일. 전남대 용봉홀에서 한반도 위기와 민주세력의 책임이라는 주제로 강좌의 첫 번째 강의를 하였습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한반도 위기와 민주세력의 책임*

김 근 태

1. 빈자리가 크다

상당히 추운 날씨다. 가을은 책 읽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올 가을은 우리들의 마음과 생각을 모으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차가운 바람이 옷소매를 뚫고 들어오는 이 가을 녘에 서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떠나가신 것을 생각해 본다.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2. 절룩거리는 DJ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신 직후, 그 분의 일기가 소책자로 제작되어 배포되었다. 그 작은 책자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71년 국회의원 선거 시 박 정권의 살해음모로 트럭에 치어 다진 허벅지 관절이 매우 불편해져서 김성윤 박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짤막한 문장이었다.

가슴이 짜안해졌다. 칼로 베인 것처럼 아팠다.

71년도 선거과정에서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김대중 후보를 살해하려는 음모가 있었다. 박정희 권력 측의 공작이었다. 아마도 며칠 전 세상을 떠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깊게 개입되어 있었을 것이다. 두 명의 경호원이 목숨을 잃었고, DJ 후보는 다리를 크게 다쳤다. 그 후 평생을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다. 절룩거리게 되었다.

95년인가 96년인가에 김대중 총재는 미국 아무개 대학병원에 건너가서 수술을 받기로 하였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반대를 했다. 조병옥 박사가 미국 병원에 가서 수술 받다가 돌아 가셨다. 우리 국민에게 큰 충격이었다.

90년대는 개명한 세상이라 50년대와 다르다. 하지만, 마음 놓을 수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김 총재께서 결정해서 안 가신 것이지만, 나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만일 미국에 건너가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되었다면, 일부 기득권 언론의 야유대상이 됐던 저 절룩거림, 그 허벅지 아픔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평생을….
이제 영면하셨으니, 그 아픔도 사라지지 않았을까.


3. DJ는 오늘을 3대 위기라고 규정,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준엄하게 선언

김대중 대통령은 오늘 우리 현상을 3대 위기라고 규정하였다. 민주위기 위기, 서민경제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라고 선언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악의 편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더 밀고 나가셨다. 이의 제기를 하고 연대하고, 집회·시위에 참여하고 할 것이 많다. 그러나 만일 정 할 것이 없다면 담벼락에 대고 이명박 정권의 억압과 탄압에 항의하라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라고 하셨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라는 말씀이셨다.


4. 그러나 다소 혼란스럽다. 당혹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한편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한 시민 500만 명이 있다. 2008년 여름, 수개월 동안 지속되었던 촛불시민의 강력한 힘이 아직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른바 친 서민 행보라는 몇 가지 이벤트가 있다. 중도실용 노선을 걸어가겠다는 주장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40%~50%까지 올라가는 희한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혼란스럽다.

작년 이 맘 때, 또 다른 IMF 경제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공포심이 우리를 짓눌렀다. 그러나 지금 공포심은 대폭 약화됐다. 80%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 서민 행보에 진정성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경제를 잘 풀어 나가 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그 속에 거품처럼 쌓여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제발 우리 좀 살려 달라. 이 팍팍한 삶의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해 달라는 마음이, 그런 마음이 촛불시민으로 나타나고, 40%~50% 지지도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촛불시민과 높은 국정지지도, 언뜻 다르게 보이는 이 둘은 시민과 국민의 간절한 마음 속에서는 하나이다. 누구든 잘해 달라는 것이다.


5. 분노의 조직화, 저강도 전략의 숨은 의도를 드러내야.

이명박 정권은 부익부 빈익빈 정치를 그냥 밀고 나가는 강자, 부자만을 위하는 정권이다. 더 이상의 양극화는 국민을 대대적으로 분열시켜 대립·갈등·투쟁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걱정과 우려에 대해 한나라당 정권은 수월성 이론과 성장의 과실이 흘러내린다는‘흘러내림(Trickle Down)’이론을 갖고 정당화하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용산참사에서, 쌍용자동차에서 권력은 서민과 노동자를 중산층과 분리 고립시킨다. 배제해서 왕따시키고 억압하고 탄압한다. 전면에 나서는 것은 검찰과 일부 기득권 언론 권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독대 보고를 받고 있는 국정원과 기무사는 정치권력의 모든 대치전선에 전면적으로 복귀했다. 지금은 다만 그것을 감추려 하고 있고, 꼬리가 들켜도 막무가내로 부인하고 있다.

이른바 저강도 전략을 펴서,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김제동, 손석희가 중도하차한 것은 부당하고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옛날 같이, 미운털 박히면 구속되기도 하던데 그러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생활에 쫓기고 있고, 억울하지만 하는 수 없지 않은가하며 사람들은 지나가거나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이야기하고 만다.

미네르바는 구속되고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다. 실형은 받지 않고, 또 폭행이나 고문도 받지 않았다. 지난 군사독재 시절 보다는 상대적으로 온건하게 억압하고, 탄압한다. 그래서 분노가 잘 조직되지 않는다. 분노가 폭발했다가도 이 정권의 저강도 전략과 친 서민 행보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생각해 보자. 저들의 저강도 전략은 이미 미국 부시 정권이 사용했던 수법이다. 그것은 국민의 민주화 투쟁의 성과물이기도 하다. 그것은 효과적으로 비판자, 반대 세력에게 집중 타격을 가하는 방법이다. 그것은 분노와 항의의 폭 넓은 연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교활한 저강도 전략을 국민에게 보여 드려야 한다. 그것은 민간독재의 전형적인 수법임을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6. 10·28 재·보궐 선거는?

10·28 재·보궐 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다. 10·28 재·보궐 선거는 한나라당의 무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바닥 민심은 빈익빈 부익부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맹렬하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반사이득을 민주당이 얻게 되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개혁 세력에 대해 기대는 있다. 그러나 아직 믿음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민주당의 온전한 승리는 아니다. 만일 지금 이대로 가게 되면 앞으로의 대치전선에서 성공하는 것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지자제 선거에서 확고한 승리를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단해야 한다.


7. 민주당의 혁신, 민주 개혁세력의 혁신을 밀고 나가야 한다.

혁신에 기초한 통합을 준비하고 성공시켜야 한다.

①. 투쟁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미디어관계법 개정은 절차적 위법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이른바 조·중·동 방송을 만들기 위한 미디어관계법은 재논의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절차다. “오프사이드이지만, 골인은 유효하다.”는 분노와 야유가 더 이상 번지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민주주의도 아니고 공화주의도 아니다.

3천 페이지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명령을 거부하는 검찰에게 속수무책인 법원은 이미 국민의 사법부가 아니다. 민주주의 사법부는 더욱 아니다. 그것은 한낱 권력의 시녀일 뿐이다.

우리는 국민의 눈물이 있는 곳, 그 곳에서 투쟁의 깃발을 다시 올려야 한다.

②. 더욱 개혁적이어야 한다.

더 이상의 양극화는 안 된다. 이대로 가면 국민을 분열시켜 격렬하게 대립하게 될 것이다. 블레어 식이 아니라 오바마 식으로 개혁적으로 가야 한다. 민주적 시장경제와 토빈세 도입을 브라질처럼 진지하게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

이제 ‘경제·사회 시스템은 미국식이 아니라 스웨덴 식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결정해야 한다.

③.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신 것처럼, 먼저 자기 몫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통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

이번 재선거에서 노력했지만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신뢰도 두텁게 만들지 못했다. 우리의 부족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8. 행동하는 양심으로 반성하고 전진하자.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고, 하토야마가 일본 총리이다. 만일 정권 재창출에 성공해 민주 개혁세력이 지금 집권하고 있다면 한반도 분단체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동아시아 안보질서인 신 냉전체제를 평화협력 체제로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반도는 증오와 대립의 변방이 아니고,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역사적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우리 민주개혁 세력은 깊이 되돌아 봐야 한다. 죄책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시기에 우리는 왜 국민의 마음을 잃어 버렸는가? 우리가 잘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잘 못한 정치는 무엇이고, 또 정책은 무엇인가를 검토하고 정리해야 한다.

잘한 것은 계승하고, 한계나 오류는 고치고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새로운 비전은 무엇인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9.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열정이다.

지난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침략자인 이등박문을 살해한 지 100주년 되는 날이다. 내 친구 한 사람은 안중근 의사에 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다가, 그만 통곡을 하고 말았다. 30대 초반 나이에 사형선고를 받고 나서 얼마나 쓸쓸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자 눈물이 그냥 왈칵 쏟아지더라는 것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말씀이 생각난다.

호남이 없었으면 나라가 없었을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광주시민의 가슴에 새롭고 뜨거운 열정이 모아지면 우리는 3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80년대 초에 민청련 활동을 통해 국면을 전환시켰던 것처럼, 광주시민이 함께 해 주신다면 제가 앞장서겠다. 광주시민 여러분과 함께라면 기꺼이 행동하는 양심으로 투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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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

2004년 봄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나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치르느라 지친 몸을 달래고 있었다.


그때, 연락이 왔다. 일본을 방문해 달라는 것이다. 한일관계의 미래 청사진을 논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동안 의원연맹 등의 이름으로 긴밀히 연계하던 한국 정치인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물갈이가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공식 초청자는 일본 외무성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초청자는 자민당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새로운 차원의 한일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본 방문은 유쾌하지 않았다.

하루 대여섯 시간, 잠자는 시간 빼고는 자민당사, 총리 관저 혹은 음식점을 오가며 일본의 유력한 정치 지도자들과 대화했다. 자민당에 있는 유력한 정치 지도자들을 5~6명씩 그룹을 지어 만나고 대화했다.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며, 동북아 공동번영의 길을 외면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 중국 모두의 국익에 반하는 것이다” “한일 FTA와 더불어 한중 FTA 그리고 한일중 공동 FTA로 나아가자. EU에 맞먹는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 비전을 그리자” “한중일의 공동번영을 위한 경제 공동체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일본의 내부 정치를 위해 북한 문제를 활용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별무소득이었다. 자민당의 정치 지도자들은 대체로 이런 나의 주장에 대해 낯설어 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한국이 하위 파트너로서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었다. 또한 북한과 중국을 배제하고 주변화 시키는 것이 그들의 목표인 것처럼 보였다. 마치 벽에 대고 말하는 느낌이랄까?


공식적인 일정은 자민당의 정치 지도자들과 만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일정은 민주당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는 일로 꽉 짰다. 하토야마 대표, 간 나오토 간사장을 비롯해 얼추 열댓 명의 민주당 지도자들과 토론도 했다. 허름한 맥주 집에서, 어떤 의전도 없이 이뤄지는 단촐한 대화였다.


민주당 의원들과의 대화는 좋았다. 함께 나눠 갖고 있는 공동인식은 소중했다.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끼치고 있는 해악에 대해 같이 걱정했다. 동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을 현해탄 너머 일본에서 만나는 건 정말로 좋은 일이었다. 이 문제에 관해 나와 하토야마 대표의 의견은 거의 일치했다. 당시 민주당의 지도자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아, 우리는 언제 집권할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전해오는 것이었다. 


헤어질 때 “우리가 손잡고 일하면 한일 양국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 “다음에는 일본도, 우리도 모두 집권당이 되어 만나자”고 굳은 악수를 나눴다.


5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세계정세는 상당히 변했다.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은 금융위기와 ‘빈익빈 부익부’라는 흉물스러운 본질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제 미국이 추구하고 한국은 물론 일본에게도 강제하였던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준비할 시점이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동아시아의 새로운 동반 성장 전략을 본격화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 네오콘의 몰락으로 동북아 평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새로운 구상도 날개를 펼 수 있는 시절이 찾아왔다.


일본에 있는 친구들은 집권당이 되었다. 미국에서도 민주당이 집권을 했다. 얼마 전까지 공고한 것처럼 보였던 한미일 냉전 삼각동맹 가운데 두 축이 무너진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도 ‘대화할 수 있는 정권’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냐? 대결이냐?’의 기로에 서있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미국과 일본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다. 두 당 모두 대결적 관계가 아닌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와 동아시아 건설을 위한 의사가 있다고 기대하고 싶다.


지금만큼 좋은 시기가 없었다. 한반도와 일본, 미국, 중국이 공동으로 냉전적 관계가 아닌 평화번영의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꿈을 꿀 수 있는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정권재창출에 성공하지 못함으로써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생겨 버렸다.


우리의 이러한 부족함과 잘못 때문에 어려움에 부딪치게 된 책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하지만 감히 말하고 싶다.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의 꿈은 결코 미룰 수 없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3년 반만 기다려 달라. 우리는 다시 일어 설 것이다. 이 김근태도 그 일을 위해 다시 온 몸을 불사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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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이름으로 공개된 DJ 대통령의 어느 날 일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71년 국회의원 선거 시 박 정권의 살해음모로 트럭에 치어 다친 허벅지 관절이 매우 불편해져서 김성윤 박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가슴이 칼로 베인 것처럼 아팠다.

지팡이, 절룩거리는 DJ에 대한 무서운 조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증오와 적개심에 번득이는 야유가 몸서리치게 몸을 덮치는 느낌이었다.

지금 그 ‘지팡이’는 오히려 그리움과 어떤 의지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었을 때, 특히 90년대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상당수의 언론은 절룩거리는 김대중 선생을 비웃었다. 그렇게 절룩거리기 때문에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고 궤변을 늘어 놨다.

다리를 절게 된 것은, 대선후보 유세기간 도중, 무안에서 덤프 트럭의 기습에 의한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직접 실행했거나, 아니면 기획·지시하고 다른 팀이 실행했을 거라는 건 모두가 짐작하는 일이다. 무안사건이 있은 지 2년여 후에 일본 도쿄에서 김대중 선생은 납치당했다. 꽁꽁 묶어서 바다에 빠뜨려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박정희-이후락-중정 책임자, 주일 한국대사·공사들이 주모자, 주동자, 공범들이었다.

1996년 가을 쯤 이었다. 연말에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병원에 가서 수술 받기로 일정이 잡혔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직감으로 다가왔다.

먼저 지금 이대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지 않으시냐고 직접 질문을 드렸다. “그렇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나는 “반대한다.”고 분명하고 강력하게 말씀을 드렸다. 이유는 3가지였다.

첫째, 조병옥 박사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병 고치러 미국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셨습니다. 저는 어렸지만 그때 국민의 절망과 통곡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시대가 달라져서 그런 일이 없겠지만, 그러나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둘째, 다리가 불편하신 것은 교통사고를 빙자하여, 살해하려고 했던 추악한 음모 때문입니다. 그래놓고 저들은 선생님 절룩거리는 것을 비웃고,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부도덕하고, 적반하장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에 못 견뎌서 수술하시는 것은 저들에게, 저들의 말도 안 되는 선동에 굴복하는 것입니다. 안됩니다. 가시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장애인들이 생각납니다. 장애인들의 90%가 후천성이랍니다. 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태반은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때문에 장애가 발생한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수술 받아서 나아지실 수 있겠지만, 다른 장애인들이 느끼게 될 모종의 ‘거리감’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결국 가시지 않았다. 물론 당신 스스로 결정하신 거지만, 내가 드린 말씀도 경청하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남겨진 일기에서 본 ‘아프다’고 하신 허벅지 관절, 그 구절이 내 가슴을 친다. 혹시 나 때문에 평생 그 허벅지 아픔을 짊어지시고 사신 것은 아닌가? 아니 이제 영면하셨기 때문에 그 허벅지의 아픔도 사라졌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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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

새로운 '대안'을 토론하자!

결국, 60명이 넘는 노동자가 구속되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권력의 횡포요, 지나친 탄압이다.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성, 반민중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연대’에서 구속자들을 면회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구속된 노동자들에게 “당신들은 외롭지만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 같았다.

공장점거 막바지에 권력이 의료진 방문을 막고, 노동자에 대한 물과 식량공급을 차단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비인도주의적 공권력개입에 대해 더 강력하게 비판하고 규탄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짙게 남아있다.

아울러 솔직하게 고백할 게 있다. 쌍용차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우리 자신에 대한 질책이다.

이번 과정에서 쌍용차 현장을 두 번 방문했다. 첫 번째 방문은 공장점거 투쟁이 막 시작된 시점이었다. 그 즈음에는 이른바 미디어 관계법 날치기가 진행 중이어서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때 노조가 주장하고 있었던 ‘총고용 보장,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주장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내심 부담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두 번째 방문은 노사합의로 점거가 풀리기 전날이었다. 그러나 현장에 접근하기도 전에 최영희, 김상희 의원 등과 함께 차단 고립되었다. 이른바 ‘구사대’가 저지하고, 경찰이 ‘보호조치’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막고 나선 것이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하는 노조의 주장이 정말로 이해가 된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한국사회에서 해고는 거의 순식간에 노동자 자신과 그 가족을 허허벌판으로 내모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 정부시절, 재무적 능력을 중시하고 산업적 능력은 중시하지 않아서 상하이자동차에 제1대 주주자리와 경영권을 넘겨준 것은 잘못이었다. 그러니 그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건 옳은 말이다. 그 불찰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짊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전세계경제위기로 확산되고, 그 여파로 자동차 기업 GM과 크라이슬러 등이 구조조정 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물론,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한국자동차 산업에 대한 산업정책을 준비하지 않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또, 상하이 자동차로 넘긴 정부의 책임도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그렇다고 그런 책임을 추궁한다는 의미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어떤 요구가 합리적인 것일까? 실제적이면서도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불가피한 경영상의 이유로 현직에서의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해고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대신 해고된 노동자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적극적 노동정책을 촉진 시켜야 한다. 그리고 보다 폭넓은 자본조달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대안’에 대한 문제제기와 공감대 확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쌍용차 문제는 이런 문제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요구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런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쌍용차 노동자 60명이 구속되는 것으로 사태가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고용 유연성과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요구는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서로 상충하는 요구를 통합하는 사회적 차원의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쌍용차가 점점 더 큰 쓰나미가 되어 우리 사회를 덮쳐올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서둘러 대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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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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