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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  도종환

김근태가 참혹한 고문의 날들을 빠져나왔을 때

살아 나와 왼팔로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을 때 김근태가

한마디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떴을 때

나는 내 시의 언어로 그를 노래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두렵거나 주저하거나 황망하였다

그의 영가(靈駕) 옆에서 잊었던 혁명가요 몇 소절을 부르다 돌아오는 길

눈발이 몰아쳐 국밥집을 찾아들어갔다

영하의 날씨처럼 찬 소주를 털어 넣으며

김근태가 없는 여백을 헐렁한 이야기로 채웠다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칠흑의 바다 위에서 최후까지

우리를 끌고 가야 할 명료한 선장인 그의 얼굴이

한쪽으로 기울고 그가 사용하는 동사가 어눌하며

발걸음이 느려지는 게 우리는 불만이었다

그도 우리와 똑같이 고통에 예민한 살과 뼈를 지닌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

칠성판 위에 알몸으로 꽁꽁 묶어놓고

전기로 지져대던 이십여 일의 낮과 밤을 노래하지 않는다면

욕조에 머리를 처박고 항복을 강요하던 날들을

뼈를 부러뜨리고 저항하는 조직과

민주주의의 실핏줄을 짓이기던 가을밤을

남영동 그 죽음의 방을 구둣발을 붙잡고

짐승처럼 살려달라고 매달려야 했던 피맺힌 목청을

창문도 창틀을 부여잡고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그 외딴곳을 노래하지 않는다면

시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고문을 참다 발뒤꿈치가 벗겨져 피가 흐르고

검푸르게 살들이 죽던 순간들을 증언하지 않는다면

시는 무엇을 노래한단 말인가

이렇게 처절하게 한시대를 살아내다

늘 다니던 곳에서도 길을 잃고 집 근처에서 길을 묻다

마른 옥수숫대처럼 스러져간 영혼을 노래하지 않는다면

고문을 이겼어도 이길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많은 시대를

한 생애를 다 던져도 역류하기만 하는 시대의 격량을

김근태를

김근태의 필생의 갈망을 노래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 있으랴

이렇게 쓰러진 김근태를 보고도

내 시가 흐느끼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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