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공식 추모 게시판/김근태는 누구인가?'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1.12.30 따뜻한 민주주의자 故 김근태, 나를 키워준 그 강과 들
  2. 2011.12.30 따뜻한 민주주의자 故 김근태, 어머니 (2)
  3. 2011.12.30 따뜻한 민주주의자 故김근태는 누구인가?

나를 키워준 그 강과 들

남한강

굳이 고향을 말하자면, 경기도가 온통 고향이라고, 특히 소년 시절을 보듬어 준 남한강 상류가 나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교장 선생이시던 아버지의 잦은 전근 덕분에, 평택 청북초등학교와 진위초등학교를 다녔고, 양평군에서 원덕초등학교를 다니다 양수초등학교에서 졸업을 했습니다. 아마도 내가 겪은 첫 시련은 자주 전학을 다니면서 늘 새로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강박감이었지 싶습니다.

그래도 고향은 어린 소년에게 더없이 넉넉하고 너그러웠습니다. 남한강에서 동무들과 멱을 감고, 밤 하늘의 별을 보았습니다. 들판에서 세찬 바람을 향해 달렸고, 풀이 자라나는 소리를 들으며 켰습니다.

지금도 양평 너른 평야나 남한강가를 가게 되면 차를 세우고 한참을 서서 나를 키워 준 그 들과 풀과 강과 하늘을 바라봅니다. 새침하던 여학생 “연봉”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하는 그리움과 함께.

그러다 정말로 첫 시련을 만났습니다. 경기중학교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 때 심정으로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그 뒤 광신중학교에 입학하였는데 그 3년 동안이 내 평생에서 가장 열심히 모질게 공부하던 때였을 것입니다. 불 좀 끄고 잠을 자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부대끼면서도 밤 늦게까지 공부하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 겪은 좌절과 실패, 열등감이 결국은 나에게 불확실한 미래와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주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완행 열차를 타고 또 한참을 걸어 통학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출처: 김근태 의원 후원회 소식지 [푸른내일]호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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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

어머니

원추리 꽃

어머니 마흔 셋에 나를 낳으셨습니다.

감옥에 갔을 때 꾸었던 꿈이 생각납니다.

꿈속에서 마늘 냄새 나는 어머니 치마 품에서 오래도록 잠을 잤습니다. 조금씩 잠에서 깨기 시작했을 때, 오랜만에 맛보는 그 따뜻한 꿈이 마냥 아쉬워 다시 잠을 청하려고 얼마나 애를 썻던지...

어머니는 열정적인 분이셨고, 아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극성스러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막내 아들에 대한 사랑이 애틋하였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남한강 가에서 원추리를 캐 와서 국을 끓여 주셨습니다. 형과 누나는 이내 물려서 싫은 눈치를 내비치는데도 막내인 나는 한달 내내 원추리국을 먹을 수 있어 좋아라 했습니다. 여름이면 들과 산에서 떼지어 피는 황금빛 원추리 꽃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어랄 적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안의 몰락으로 가슴앓이가 컸던 어머니는 급기야는 나의 수배와 투옥과 피신을 온 몸으로 감당하시느라 그 긴 세월 한시도 걱정과 긴장을 늦출 새가 없으셨던 모양입니다. 79년 박정희 씨가 죽었을 때 그 때서야 비로소 마음을 푸셨는지, 다음 해 1월에 북망산을 넘으셨습니다.

80년 겨울 잠시 동안 자유의 몸이 된 나는 깊은 눈물을 삼키며 어머니를 광나루에서 보내 드렸습니다.

어머니 치마에서 짙게 배어 나오던 마늘 냄새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고향이 거기에 있습니다.

출처: 김근태 의원 후원회 소식지 [푸른내일]호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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