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조차도 미국과 재협상하라고 말하면서도 왠지 상당히 불안하다.

이건 물론 이명박 대통령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을 처음 만나려고 미국 갔을 때, 덥석 사실상 조공외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허용이라는 터무니없는 일을 저지른 이 대통령을 믿을 수가 없어서이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 미국에 간다면 또 무슨 조공외교를 터트릴 것인지 그게 심히 불안하다.

다행이 이번 첫 만남은 미국이 아니라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영국이어서 그런 망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고 싶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앞에만 서면 자꾸만 작아지고, 자꾸 잘 보이고 싶어하는 심정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다 알다시피, 오늘의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 금웅에서 시작되었다. 미국 권력은 극단적 이기심과 탐욕, 무절제에 더해 감독과 규제완화 등 시장 만능주의 그리고 돈, 즉 달러를 무기로 해서 세계 여러 나라의 외환시장, 자본시장 자유화를 거세게 요구하였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에 세뇌되고 세례받은 이 대통령과 고위 경제 공무원, 언론인, 연구원, 교수 등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노래 부르고 있는 ‘한미 FTA 만이 살길이다’ 라고 외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재협상은 가능하고, 그런 배짱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우리가 재협상 하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97년 IMF 위기는 OECD 가입이라는 정치적 성과물을 YS가 얻는 대신, 외환거래 자유화를 미국에 준 댓가로 비롯된 아픈 결과였다.

이번 (사실상) 공황은 미국발 금융이기에서 시작되었는데도, 미국은 물론 어느나라 보다도 더 우리가 고통스러운 것은 투기 자본이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 놓은 것 때문이다.

미국의 말을 우리보다 훨씬 잘 듣고, 실행에 옮겼던 아이슬랜드, 아일랜드, 두바이를 보라. 그들이 오늘 어떤 처지인가를......

마음속으로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중국과 인도를 보라. 이른바 그들의 국가 위험도가 우리보다 훨씬 위다. 위험이 지극히 작다는 것이다.

언젠가 이명박 대통령도 우리의 환율이 이렇게 불안정하고 주식시장도 경제도 더 어려운 것은 자유화가 너무 많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IMF 위기를 계기로 해서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를 강요당한 결과 이미 절반 정도로 미국화 된 한국 경제시스템과 제도는, 지금 그대로의 한미 FTA가 실행되면 미국경제에 부속되고 그러면서도 주변적인 것, 별 볼일 없는 존재로 고정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는 더욱 격화되고, 비정규직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은 가로막히고, IMF 위기 이후의 저성장은 더 낮은 저성장으로, 신 성장 동력은 더욱 고갈되고 오직 토건산업만이 커졌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정말 무서운 시간이 덮쳐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에 재협상 요구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엄청난 비극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전제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힐러리, 가이트너 및 USTR 대표가 이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공언을 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현 행정부, 여당의 성향으로 보아 결구 추가협상이나 재협상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 뻔한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미국과의 경제통합만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믿고 또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장이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이대로의 FTA는 안된다,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해서도 그렇지만 마침 미국 행정부와 의회쪽에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해서 재협상을 벌리는 것이 가능하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는 측면도 있다.

저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동차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경제시스템, 경제제도, 이데올로기가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제조업 없는 투기적 금융자본의 지배, 이를 무기로 한 자유화, 세계화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국가-투자자 제소제도, 레쳇조항 등, 우리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독소조항을 배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국회에게 미국보다 먼저 비준동의를 해 달라고 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이고, 지시다. 이것을 배수진으로 해서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힘의 부족을 느끼면 이렇게 하겠는가 동정이 간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나는 슬픔과 절망이 앞을 가린다.

국민의 대표기관은 망신을 당해도 좋다는 말인가? 국회 통과를 방패로 해서 미국과 재협상 하겠다는 이야기 인데, 그렇게 하고 나서 재협상을 통해 내용이 수정된다면, 수정된 내용을 다시 국회에 제출해서 통과시켜 달라고 할 것인가?

우리 국회는 자존심도 없는가? 우리 국민은 또 무엇이 되는 것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제적 이익 앞에서는 주권의 존엄성도, 민주주의도 다 의미가 없는 것인가?

그렇게 해서는 분명, 경제적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안이함과 결정적 실수를 국민들이 촛불집회, 시위가 지켜주었다. 불과 1년전 일이다.

미국과 재협상을 하라는 우리의 요구가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서 왜곡되고 나아가서 일방적으로 미국에 굴복하는 것으로 끝날까봐 심히 걱정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재협상의 요구와 함께 대안을 연구하고 발표해야 한다. 그것을 미국과 국민앞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촛불집회 속으로 집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그래야 우리의 희망을 만들 수 있다.

여러분의 분투를 기대한다.

2009년 3월 18일

한반도 재단, 국제통상연구소, 코리아연구원 주최 토론회

‘한미FTA 재협상 어떻게 할 것인가’ 격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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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근태